1. 줄거리
영화 다음 소희는 열여덟 살 고등학생 소희가 학교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콜센터에 배정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한 환경 속에서도 소희는 열심히 적응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곳은 따뜻하거나 배려가 있는 공간이 아니다.
콜 수와 성과로 평가받는 업무 환경, 고객의 불만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없이 방치된 구조에서 소희는 점점 지쳐가고 회사는 청소년 인턴을 보호하기보다 기계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결국 감정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소희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형사 유진의 시선으로 그녀는 소희의 죽음을 단순한 개인적 사건으로 넘기지 않고 사회 구조 속 문제로 바라보며 진실을 추적한다. 관객은 유진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소희가 처한 현실과 그 뒤에 있는 시스템의 문제들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2. 배우들 –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
소희 역을 맡은 김시은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몰입도로 캐릭터를 표현해 냈다. 그녀는 소희라는 인물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자신의 삶과 감정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잘 그려낸다. 그녀의 눈빛과 말 없는 표정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유진 형사 역을 맡은 배두나는 영화 후반부의 분위기를 이끌며 무게감을 더한다. 냉정한 태도 속에서도 진심을 지닌 인물로서, 그녀는 소희의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사회를 향해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배두나 특유의 절제된 감정 표현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 외에도 교사나 관리자, 동료로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 역시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들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들로, 무심하거나 무력한 모습이 오히려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3.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 우리는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다음 소희는 단순한 청소년 영화도 감정적인 드라마도 아니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약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소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이며,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비극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이 영화는 청소년 노동 문제와 감정노동자의 처우, 학교와 기업의 책임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근본적인 내용을 돌아보게 한다. 유진 형사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 역시 스스로 마음이 불편해지고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소희의 이야기를 통해서 개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누군가가 겪고 있을 현실이며, 다음 소희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4. 마무리하며
다음 소희는 단순히 한 소녀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구조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작품이다. 열여덟 살 소희의 비극은 실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깊은 공감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현장실습이라는 제도 아래 보호받지 못한 채 내던져진 청소년들의 현실, 그리고 이들을 책임져야 할 어른들의 무책임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드러난다. 김시은은 섬세한 연기로 소희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배두나는 사건을 추적하는 유진 형사 역을 통해 관객과 함께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소희는 없는가.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가. 다음 소희는 불편하지만 꼭 봐야 할 영화이며,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에 대한 생각과 책임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