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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회사원> 직장인의 탈을 쓴 킬러의 이중생활, 갈림길에 선 한 남자의 선택

by 레몬과자12 2025. 5. 9.

회사원 영화 포스터

직장인의 탈을 쓴 킬러의 이중생활

영화 회사원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실제로는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지형도는 수트 차림으로 출근하고 회의를 하고 상사에게 보고를 하지만, 그의 진짜 업무는 사람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가 소속된 회사는 살인을 일상처럼 처리하는 비밀조직이며, 각 임무들은 냉정하고 깔끔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형도는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직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계속 해야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감정을 억누른 삶 속에서 그는 점차 인간적인 삶에 대한 갈망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킬러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일상적인 직장 문화와 접목시켜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조직 문화와 충성, 효율과 실적 중심의 구조가 냉정한 킬러 세계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관객에게 이질감보다는 묘한 현실감을 준다. 특히 주인공 형도의 무표정한 얼굴과 기계적인 동작 속에 숨겨진 고뇌는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갈림길에 선 한 남자의 선택

형도는 임무 중 한 고등학생을 죽이라고 명령을 받는다. 그는 계획대로 움직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놓아준다. 그 일은 조직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형도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형도는 우연히 해당 학생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유미를 만나게 된다. 유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형도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형도는 그녀를 통해 삶의 온기를 느끼기 시작한다. 과거의 기억과 새로운 감정이 뒤엉키며 그는 점차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조직은 한 치의 감정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효율성과 철저함이 생존의 기준인 그곳에서 형도의 변화는 곧 반역으로 간주된다. 조직은 그의 행동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형도는 점점 압박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미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조직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명령만 따르는 킬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균열의 시작과 돌이킬 수 없는 대립

형도의 이탈 조짐은 조직 내부에서 심각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조직은 그를 감시하고 경고하지만 형도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다. 그는 킬러라는 직업을 후회하며 조직을 떠나려 하지만, 조직은 그렇게 쉽게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다. 동료이자 후배였던 로이 역시 형도의 변심을 감지하고 상부에 보고하면서 둘 사이의 신뢰는 붕괴된다.

로이는 냉정하고 철저한 조직원으로 형도의 인간적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충돌로 치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후배는 형도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장면은 형도가 더 이상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하며, 그의 선택이 조직과 완전히 단절되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한 총격전이나 추격이 아닌, 인간 내면의 심리적 균열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형도의 고민은 곧 관객의 질문으로 이어지며, 우리는 과연 그러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자유를 향한 마지막 총성

조직은 결국 형도를 제거 대상으로 판단하고 다른 킬러를 보내 그를 처리하려 한다. 형도는 도망치는 대신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싸우거나 죽는 것뿐이다. 그는 유미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건물 옥상에서 벌어지는 결전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서 형도의 인생을 통째로 건 싸움이 된다. 싸움 끝에 그는 자신을 끝내려는 조직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지만, 그 대가는 크다. 그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지만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들어서게 된다.

영화 회사원은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단순한 킬러의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는 한 남자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확장된다. 형도의 선택은 잔혹하면서도 인간적이며, 그의 고통은 관객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결국 이 영화는 직업과 삶, 감정과 본능 사이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형도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한 탈출이나 복수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되찾기 위한 고뇌 끝의 결단이었다. 그는 총을 내려놓는 대신, 감정과 책임을 짊어지기로 한다. 영화는 그가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진정한 구원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열린 결말로 남아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이러한 서사는 기존 액션 영화와 달리 감정의 흐름에 무게를 실어주며 깊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회사원은 단지 킬러의 삶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체성을 잃고 기계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겉으론 멀쩡한 직장인이지만 속으로는 무기력과 공허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 속 우리에게, 형도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정제된 영상미와 절제된 감정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영화는 끝내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로 살아가고 있는가.”